대관령숲길안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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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2 11:23:19
대관령에도 어느새 설악산의 눈이 내려앉았습니다.
글쓴이 | 송진헌

대관령에도 어느새 설악산의 눈이 내려앉았습니다.

 

올봄 어느 날, 당근을 통해 설악초 묘종 몇 포기를 나눔받았습니다.

몇 포기는 대관령 아래 강릉 집마당에, 몇 포기는 숲길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대관령 숲길안내센터 앞마당에 심었고 또 몇 포기는 이웃 지인에게 다시 나눔했습니다.

 

강릉 집마당의 설악초는 7월부터 꽃봉오리를 맺더니 무럭무럭 자라 지금은 잎 전체에 하얀빛이 번져 마치 설악산의 눈이 소담스럽게 내려앉은 듯합니다.

 

강릉 주변에는 이보다 훨씬 크고 풍성한 설악초도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대관령 숲길안내센터 화단의 설악초는 참 작고 보잘것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 작은 설악초 앞에서 자꾸 발걸음을 멈춥니다.

왜일까요?

이 작은 설악초에는 대관령에서만 만들어진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묘종 하나와 큰 숲의 이야기

지금 우리가 걷는 대관령의 울창한 숲과 숲길도 처음부터 이 모습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 선배 산림역군들이 작은 묘목 하나하나를 심고 강한 바람과 눈비를 견디게 하며 긴 세월을 가꾸어 오늘의 숲(대관령특수조림지)을 만들었습니다.

범일국사와 대관령 산신의 이야기가 깃든 이 숲에는 그분들의 땀과 간절함도 함께 쌓여 있습니다.

물론 내가 심은 작은 설악초 한 포기를 바라보며 쏟은 관심이 그분들의 노력에 비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물을 주고, 대관령의 바람을 걱정하고, 뜨거운 햇볕을 잘 견디기를 바라며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작지만 건강하게 자란 잎 위에 하얀 빛이 내려앉았습니다.

마치 설악산의 눈이 대관령까지 날아와 잠시 머물러 준 것처럼 말입니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그 작은 설악초가 자라온 시간 속에는 대관령의 바람과 햇볕, 누군가의 관심과 기다림 그리고 이 숲을 일군 옛 산림역군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날 지인에게 다시 나눔한 설악초는 지금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요?

강릉 바닷가와 대관령, 그리고 지인의 마당에 흩어진 작은 묘종들이 서로 다른 바람과 햇볕을 맞으며 각자의 모습으로 자라고 있겠지요.

 

생각해 보면 사람도 그런 것 같습니다.

같은 곳에서 출발해도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서로 다른 바람을 견디며,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꽃을 피워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네들 인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